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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e스포츠칼럼

앨빈 토플러의 시점으로 바라보는 e스포츠

by 한국이스포츠연구소 2020. 6. 12.

앨빈 토플러 Alvin Toffler

앨빈 토플러는 문명을 크게 3가지 구성 요소로 보았다. 기술, 사회, 정보, 이 중에서 문명의 발전을 이끄는 것은 기술이라고 생각했고 인류의 시작부터 현재까지 3개 물결로 정의했다. 각각 1,2,3 물결로 불리며 순서대로 농업혁명, 산업혁명, 정보혁명이다. 농업혁명으로 수렵채집의 삶에서 벗어나 정착을 시작했으며 산업혁명으로 대량 생산과 유통 시스템이 시작됐다고 주창했다.

 

정보혁명은 모든 개인이 컴퓨터 및 휴대용 기기의 보급을 통한 인터넷 사용으로 현실화 되었으며 SNS가 보급되면서 전 지구를 온택트 상태로 만들었다. e스포츠의 역사도 이와 다르지 않다. 최초의 디지털 게임들은 대부분 혼자 플레이 하는 마치 과거 수렵시절의 역사처럼 원시적으로 시작되었다. 그리고 아케이드에서 가정용으로 게임의 역사가 시작되며 부락 수준으로 발전하게 된다.

 

1995년 인류 역사에 최초에 e스포츠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농업 혁명이 일어난다. id소프트웨어가 19952” 대회를 통해 선수 개인에게 후원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이어지는 1998퀘이크토너먼트 대회장의 엄청난 분위기에 놀란 관계자가 스포츠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우승자 트래쉬 퐁은 존 카맥에게 스포츠카 페라리를 인계 받고 인류 최초의 공식 프로게이머가 된다.

 

퀘이크 게이머 트래쉬 퐁(최초의 프로게이머)

이 시기와 맞물려 한국은 IMF 국면에 돌입한다. 영국 산업혁명 원인 중 끝없는 전쟁의 결과로 집과 땅을 잃은 수많은 농민층이 도시로 몰려 노동자가 되면서 시작된 것과 같이 한국에 발생한 IMF는 국가와 개인 모두가 많은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게 만들었으며 이 과정에서 전국적인 인터넷 망의 발달과 스타크래프트 같은 대형 히트작의 탄생이 결합, 전국적 PC방 붐이 일어난다.

 

이후 인터넷 서비스 코넷광고에 한국의 두 번째 프로게이머 쌈장이기석이 출연하며 대한민국에 프로게이머와 e스포츠를 최초로 알리며 아이들이 즐기는 게임에서 전문직종으로의 인식변화가 시작되며 게임교육기관들이 생기고 프로팀도 창단된다. 그리고 온게임넷 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관람 및 시청환경이 구축되며 글로벌 스탠다드로 자리잡는 한국형 e스포츠의 형태가 완성된다.

 

2001 WCG를 시작으로 게임산업과 다양한 인터넷 플랫폼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이끌어낸다. 즐기는 과정에서 낮은 비용과 높은 편의성 그리고 친숙함이 더해지며 꾸준하게 성장한다. 이런 구조적 상황이 고성장을 만들었다. 협회이슈의 다툼이나 승부조작 사건들은 개별 종목들의 생사를 갈라놓았지만 e스포츠의 장기적 성장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부침은 있었으나 e스포츠는 지금까지 시대의 흐름에 따라 스스로 자연스러운 변화의 과정을 거쳐왔다. 게임 개발사에서 제작된 여러 게임들이 시청자와 유저들을 재미와 전략이 있느냐에 따라 선택되며 변화의 방향 또한 대중 스스로 자연스럽게 결정해 왔다. 하지만 이제 권력이동이 눈앞에 와있다. 아무도 생각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변화의 통제가 눈앞에 있다.

 

앨빈 토플러의 주장대로 변화의 과정과 방향이 정해지고 커지면서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위기상황은 속도의 충돌 때문에 발생하며, 기업은 100의 속도로 혁신을 이루고 있지만 정부를 비롯한 각종 정책과 법 제도는 30의 속도를 넘지 못했다. 이런 속도의 차이는 결국 상호 충돌을 야기하고 변화와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으며 그 피해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올 수 있다.

 

앞에서 언급한 통제는 아시안 게임 및 올림픽 종목 선정 관련 이슈다. 중국의 e스포츠 광풍은 세계를 휩쓸 것처럼 보였다. 서로가 서비스하는 게임을 종목으로 유치하기 위한 중국 회사들의 암투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텐센트는 라이엇을 지배하며 리그오브레전드를 집어삼켰고 알리바바는 자회사 알리스포츠를 설립하며 4,700만 달러로 물량공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물량공세를 펼친 알리스포츠 CEO 장다중이 올림픽이 추구하는 평화정신을 언급하며 축구나 레이싱 게임을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밀고 있는 이유다. 리그 오브 레전드, 배틀그라운드 등의 종목을 의도적으로 배제시킴으로써 배급사인 텐센트를 대놓고 견제하려는 것이다. 이 둘은 모두 틀렸다. 모든 결정은 재미와 관심을 중심으로 판단 되야 한다. 자본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또한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통제가 필요하지만 통제 되지 않는 산업이 바로 게임산업이다. 결국 풀 뿌리가 민초들이 언젠가 다시 일을 낼 것이다. 바닥으로부터의 혁신이 반복적으로 일어날 것이다. 리그오브레전드와 배틀그라운드도 모두 시작은 민초들의 풀 뿌리 개발이다. 유저가 제작한 유즈맵 형태 게임. 즉 모드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은 누구도 부정 할 수 없는 현실이다.

 

MOD(Game Modification)라는 작은 범주에서 시작해 많은 유저들이 함께 즐기는 대중화를 이루어 낸 게임들은 앞으로도 꾸준하게 나올 것이다. 스타크래프트의 모드인 AOS로 시작된 장르가 MOBA로 불리며 LOL이 되었고 하프라이프의 모드인 카운터 스트라이크가 1인칭 슈팅 장르의 대중화를 이끌어낸 상황과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이런 역사성은 배틀그라운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모든 e스포츠 종목이 MOD에서 탄생할 수 없는 것도 작금의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이제 개발자들도 보는 콘텐츠로써의 게임에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유튜브나 트위치에 스트리밍되고 콘텐츠로 만들어지는 게임이 생명력을 길게 가져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제 보는 콘텐츠를 중심으로 고려하여 설계되지 않는 게임은 바이럴이 힘든 시대가 된 것이다.

 

e스포츠의 정식 올림픽 종목편입은 시간의 문제지 언젠가 반드시 시작될 문제다. 근래에 코로나 국면에 접어들며 아예 올림픽 자체가 언젠가 완전한 온택트 형태로 변화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IOC의 하계 및 동계 올림픽을 통한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통한 미디어 수익의존도는 60%가 넘을 것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 사태가 아니더라도 적자 올림픽은 현실이다.

 

작금의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모든 분야의 탈 중국 이슈가 앞에 있고 이로 인한 e스포츠 산업에 여파가 크겠지만 결국 e스포츠는 결국 전통적인 스포츠화 될 것이다. 기존 스포츠의 이해당사자들이 진입하며 기존과 전혀 다른 규모의 판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여러 기업들이 이미 넘어오기 시작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이 모든 이해 관계자들의 운명을 가를 최고의 기회이자 위기이다.

 

e스포츠 대장이라 불러도 무방할 리그오브레전드의 경우 한 명이 아무리 잘해도 팀플레이가 중심이기 때문에 운영과 전략의 중요성을 피할 수 없다. 반면 클래시로얄과 같은 신생 모바일 e스포츠 종목은 1:1로 진행되어 개인의 역량이 더 크게 작용한다. 이런 이유로 더 다양한 형태의 신규 종목의 발굴과 개발이 반드시 꾸준하게 이루어 져야 한다. 무한의 새로움이 가능한 것이다.

 

토플러 이야기로 시작했으니 그가 주창한 부의 미래가 이미 e스포츠에 적용돼 있는 부분을 이야기하며 이번 주 칼럼을 마치고자 한다. 부의 미래를 예측하려면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일만이 아니라 우리가 무보수로 행동하는 프로슈머 활동을 살펴야 한다. 우리가 하루하루 무보수 산출물을 얼마나 많이 만들어 내고 있는지를 아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은 충격을 받을 것이다.

 

그것은 큰 틀에서 디테일 하게 추적되지도 측정되지도 않지만 대가를 발생시키며 대대적인 경제활동을 야기시킨다. 이것이 바로 토플러가 주창한 비 화폐 기반 프로슈머 경제이다. 개인 또는 집단이 스스로 생산하면서 동시에 소비하는 것이다. 유튜브, 트위치, 아프리카 시청 그리고 내가 플레이하는 게임의 데이터들 이 글을 읽고 어딘가에 참여하는 당신도 이미 한 명의 프로슈머다.

 

프로슈머 뜻: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허물어진 생산에 참여하는 소비자를 의미.

 

by 석주원 한국이스포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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