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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e스포츠칼럼

프로게이머 은퇴 이후의 진로

by 한국이스포츠연구소 2020. 11. 27.

한 분야에서 정점을 찍는 것은 그 것을 경험 한 것과 경험하지 못한 것에 있어 일반인은 상상 할 수도 없는 엄청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무언가에 대해서 정점을 경험한 사람은 수반되는 과정과 거기서 오는 모든 요소를 체험한 상태이지만 지식으로 알고 있거나 계획만 있는 경우는 말 그대로 상상으로만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모든 인생에 있어 평소에는 큰 차이가 아닐 수도 있으나 결정적 순간에 반드시 차이를 만든다. 책을 쓰는 것과 읽는 것 수준의 차이다.

 

 

여러 프로게이머 관련 향후 진로와 은퇴 시점에 대한 주요기사들을 보면 평균 은퇴 예상 나이는 26.1, 동시에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고 있는 선수들의 은퇴 후 계획은 없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선수의 프로게이머 시작 연령과 은퇴 연령은 앞으로 e스포츠 시장의 종목의 형태와 경기진행 방식이 모바일 종목으로 더 확장되면서 다변화가 예상되지만 진로의 다양성은 예측불허 상황이다. 예측 불허의 원인은 뭘까? 빠른 발전과 적은 인원으로 인해 체계를 잡을 규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측불허의 상황을 예측 범위 안으로 집어넣고 앞으로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키워내면서 극대화 할 수 있을 때 e스포츠의 미래가 더욱 밝아 질 것이라는 것은 이 글을 읽고 있는 모두가 동의하는 부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손으로 꼽을 수 없을 정도로 종목이 늘어났다. 국내에서만 안주하는 것이 아닌 다 종목 시대에 걸맞은 전세계의 수많은 종목과 선수들이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선수 증가 속도보다 종목 증가의 속도가 빠르다고 생각 되는 수준이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프로게이머는 앞에서 잠깐 언급한 이야기와 같이 대부분 일반인 이상의 정점을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이는 특정 종목을 떠나 프로게이머라는 경험이주는 스타크래프트 1세대 프로게이머부터 올해 롤드컵을 제패한 담원까지 각 개인의 성장 드라마가 존재하고 명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수 많은 프로게이머를 경험한 은퇴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대한민국의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준비가 시작 되어야 할 시점이다.

 

 

은퇴 후에는 기본적으로 군에 입대하는 경우부터, 종목의 국내 여건이 좋지 않은 경우는 해외로 진출을 시도하거나 자연스럽게 코치 및 해설을 비롯한 지도자 과정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e스포츠 산업의 발전과 앞에서 언급한 내용과 같이 프로게이머의 양적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아카데미의 트레이너 및 개인 게임 교습 트레이너로 활동하는 경우도 많았다. 어린 나이에 선수생활을 하게 되면서 완성하지 못한 학업을 완성하는 경우까지 선택지가 없던 것은 아니지만 2% 부족했다. 

 

 

시대가 흐르며 스트리밍 서비스가 과거 아프리카 BJ에서 고정되는 것이 아닌 유튜버와 트위치를 비롯하여 개인 단위의 브랜딩이 용이한 채널들이 증가하고 인스타그램, 틱톡과 같은 새로운 수익을 올리며 은퇴 이후에도 선수 시절의 브랜드 파워를 유지하고 강화 할 수 있는 다양한 진로의 기반이 다져지고 있는 상황이다. 9살에 데뷔한 문호준이 24살에 안정적 은퇴가 가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호준의 개인 유튜브는 구독자가 70만이 넘고 인스타도 36만을 돌파했다.

 

 

물론 문호준의 경우에는 9살 나이에 아버지가 아들의 가능성을 보고 직접 구단을 창단하는 수준의 지원이 있었기에 지금의 문호준이 있을 수 있었다고 보는 시각이 많지만 문호준의 은퇴 준비 및 실행 사례와 같은 다양한 레퍼런스가 더욱 많이 필요하다. 창업의 사례도 이야기 해보면 과거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인 김대기와 이윤열의 사례를 들 수 있다. 둘 다 게임회사를 창업 했으며 게임의 플레이를 넘어 각자 회사를 창업하고 서비스하며 운영에 도전한 사례이다.

 

 

해외 창업 사례는 시크릿랩(SECRET LAB)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많이 알려져 있는 브랜드는 아니지만 수년 전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지금은 롤드컵이 진행되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착석하여 진행하는 세계적 게이밍 체어 브랜드가 되었다. 이 회사는 스타크래프트2 프로 게이머 출신인 이안 알렉산더알라릭 추가 공동 설립한 브랜드로 자신들의 경력을 적극 활용한 브랜딩으로 게이머들을 위한 의자로 설계 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런 사례는 더 다양하게 생겨 나야만 한다.

 

 

이런 사례가 많이 생길수록 전세계의 다양한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유망주들이 자신 있게 자신의 꿈을 부모님과 가족들에게 밝힐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기초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형태의 종목으로 전환한 사례도 있다. 임요한과 홈진호의 사례다. 임요한은 2013년 프로 포커선수로 전향해 국제포커대회에서 10여차례 우승에 성공하여 성공적으로 전환에 성공했다. 홍진호도 한구 대표로 나란히 국제 포커대회에 출전한 경험이 있고 둘 다 여러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차세대의 완벽한 롤모델 사례로는 T1의 페이커가 있다. 페이커는 3년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T1의 공동 구단주인 파트오너 자격을 획득 했다. 이 계약에 따라 페이커는 2022년 까지는 T1 구단의 선수로 활동하고 이후에는 회사 경영에 참여해 글로벌 사업 및 선수 양성을 이끄는 직책을 맞게 된다고 한다. 물론 이런 사례가 페이커가 최초는 아니다. 과거 스틸에잇을 설립 경영한 서경종 선수와 오버워치 선수 출신인 러너 윤대훈 선수도 프로게임단 러너웨이의 초대 구단주를 역임했다.

 

 

앞에서 잠깐 언급한 내용처럼 스트리머 직종이 활성화 및 안정화 되면서 수 많은 프로게이머의 은퇴에 대한 막막함에 큰 안전장치가 되고 있다. 2019 e스포츠 실태 조사에 따르면 프로게이머 은퇴 후 가장 선호하는 진로가 아프리카TV BJ와 트위치 스트리머인 부분이 현실을 대변한다. 동시에 프로게이머를 하는 과정에서 커리어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고 개인의 삶의 과정에서 올바른 개인 SNS관리에 성공하여 스토리텔링까지 된다면 충분히 다양한 엠베서더 활동도 가능할 것이다.

 

 

미국의 유명 스포츠 선수 중에 앨런 세드릭 페이지라는 선수가 있다. 미국 인기 종목인 미식축구 미네소타 바이킹스의 영구결번이며 NFL 역사상 최초의 수비수 출신 정규시즌 MVP 수상자이다. 일반적인 잘한 선수만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는 흑인신분으로 선수생활과 학업을 병행하고 1978년 미네소타 대학교 로스쿨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는다. 선수 은퇴 후 1993년에 미네소타 연방 대법원 판사를 역임하고 정년퇴임을 한다. 피지컬과 뇌지컬의 공존 가능성을 증명한 사례다.

 

 

당장 힘들어도 언젠가 위와 같은 피지컬과 뇌지컬을 모두 만족하는 사례가 쌓여야 한다. 그래야 아직까지도 남아있는 게임과 e스포츠 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연령과 성별에 상관없이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제거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는 것 없이 저런 초인이 나타나기를 무작정 기다리자는 것이 아니다. 저런 초인들이 더 많이 나타날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도록 하나하나 준비하자는 것이고 그것이 대한민국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준비의 첫 방법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청년들을 응원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연령대별 범죄율 통계를 보면 16~24세의 남자의 범죄가 대부분을 이룬다. 하지만 전세계 OECD 가입국 중에서 대한민국은 이 비중이 가장 낮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한민국의 게임과 e스포츠 산업의 긍정적 영향이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과도하게 학습을 시키는 부분도 크게 기여는 할 것이다. 이런 우리의 자랑스러운 청년들을 응원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꼰대 짓을 하지 않는 것이다.

 

 

모든 어른들을 모욕하고자 함이 아니다. 어딘가 누군가에게 용기를 내어 도전에 대한 의사를 피력했을 때 다음과 같은 뉘앙스의 꼰대의 6하원칙을 펼치지만 않아도 된다. WHO(내가 누군지 알아), WHAT(뭘 안다고), WHERE(어딜 감히), WHEN(왕년에), HOW(어떻게 나한테), WHY(내가 그걸 왜), 와 같은 스타일로 무심코 답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아이들과 청년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최대한의 용기와 꿈을 심어 준다면 대한민국의 미래에 큰 힘이 될 것이다.

 

 

과거와 같은 방법으로 만드는 미래는 분명히 한계가 있다.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꼰대 6하원칙을 피하고 방지책을 항시 숙지해야 한다. 유명한 방지 5계명은 다음과 같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말하지 말고 듣고, 답하지 말고 물어라.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다. 프로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들로 아이들의 기를 꺾는 것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희망과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함께 이해시켜 나가야 한다.

 

 

가능성을 믿어야 노력 할 수 있고 진보 할 수 있다.

「 이나모리 가즈오 」

 

 

by 한국이스포츠연구소 석주원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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