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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e스포츠칼럼

e스포츠 대중화의 길목에서

by 한국이스포츠연구소 2021. 1. 29.

귀멸의 칼날의 흥행으로 바라보는 e스포츠의 가야할 길

 

 

아침에 일어나 신촌에서 아침 9시에 귀멸의칼날을 관람했다. 원작을 잘 살린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2020년 개봉한 일본 영화 중 유일하게 글로벌 흥행수익 1억 달러를 돌파한 작품이기도 하다. 물론 일본 내부 수익이 전체 90%를 차지하고 있지만 역대 일본 애니 최고 흥행수익 기록을 가지고 있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기록을 20년만에 갱신한 코로나 시국에 성취한 역대급 결과다.

 

 

이세계 장르와 학원물 및 일상물이 대세를 이끌던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서 귀멸의 칼날의 대성공이 던지는 매시지는 무엇일까? 나는 이 부분에서 주는 매시지 중 일부가 우리의 e스포츠 시장에도 공명을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외형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감하는 부분은 귀멸의 칼날이 일본 만화의 본류인 왕도 만화의 적통을 다시 일으켰다는 부분이다.

 

 

하지만 적통이라는 이유만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콘텐츠의 품질이 좋기 때문이고 부대적인 이유들은 뒤에서 함께 설명하더라도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부분은 확실하게 오덕이라 불리는 문화에서 최대한 탈출하여 새로운 형태의 소비자에게 다시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드래곤볼이나 슬램덩크와 같은 왕도물의 기본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고객층에게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는 형태가 지금의 국내 수많은 양산형 모바일 게임과 일본의 애니메이션 시장이 걸어온 길이였다면, 귀멸의 칼날은 개개인의 객단가는 낮을 수 있지만 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정도의 길을 택했다. 이런 형태의 최대 리스크는 내용이 뻔해 인기가 없을 것 같다는 우려인대 이 부분을 거의 완벽하게 극복 했다고 생각한다.

 

 

먼저 가장 대중적이지만 보편적인 가족의 이야기라는 서사로 접근을 시작했다. 그리고 과거부터 지금까지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형태로 비중 없는 작은 적들까지 서사를 부여하여 스토리의 당위성을 높이고 감동을 이끌어 냈다. 동시에 일본인들이 스스로 태평성대라고 생각하는 대한민국으로서는 비극의 시대인 일제강점기 다이쇼 시대를 배경으로 과거의 향수도 성공적으로 자극 했다.

 

 

이는 왕도 만화가 가야 하는 적통의 길인 독자들이 빠져들 수 있는 세계관, 싸우는 이유에 대한 독자의 공감, 전투의 진행에 대한 쉬운 이해, 귀여운 여주인공과 캐릭터, 웃음과 감동의 장면들, 마지막으로 적 캐릭터의 퀄리티와 매력의 수준을 끌어 올림으로서 왕도만화 흔히 소년만화라 불리는 약했던 주인공이 강해져서 동료를 모아 목표를 이루는 과정을 완벽하게 보여주고 있다.

 

 

단순하게 하나의 작품의 성공에 왜 이렇게 호들갑인지 주변에서 애니 화의 성공 후 만화판매량이 역 주행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귀멸의 칼날이 일으킨 파급효과는 과거 에반게리온에 비교하고 싶다. 에반게리온은 개인적으로 오덕을 대중화 시킨 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귀멸의 칼날이 그 오덕 중심의 세계관에 드디어 경종을 일으킨 것이다.

 

 

오덕을 비하 하자는 것이 아니다. 시류를 바꾸고 편중을 무너트렸다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로 시대를 대표할 메가 히트작이 나오면 모든 부문에서 언제나 아류 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세계를 그렇게 오덕월드로 만드는데 한 목 했으며, 이제 귀멸의 칼날은 다시 왕도중심의 지금보다 더 대중적인 작품들이 늘어날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e스포츠 종목에 있어 왕도의 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주저 없이 RTS라고 말하고 싶다. 당연히 국내에서 왕도는 스타크래프트였고, 스타크래프트는 스스로 자멸하는 형태로 물러난 것이 아닌 여러 다른 이슈로 인하여 인기가 시들하게 된 부분에 있어서는 모두가 공감하리라 생각한다. 종족간의 황금 밸런스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시대의 바둑이자 장기였다.

 

 

이때의 영광을 어떻게 재현 할 것인가? 물론 리그오브레전드가 있지 않느냐 반론을 제기 할 수 있다. 배틀그라운드도 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코로나의 영향으로 인한 강제적인 e스포츠 대중화라는 천제일우의 기회를 더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보자는 이야기다. 물론 코로나 사태가 없었어도 반드시 e스포츠는 대중화가 될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 덕에 가속도가 붙었다.

 

 

리그오브레전드의 대중화로 마치 모든 e스포츠가 대중화 된 것과 같은 착시효과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e스포츠는 엔터테인먼트와 스포츠 사이에 있으며, 수 많은 브랜드들이 e스포츠에 뛰어드는 이유는 10대의 슈퍼스타가 점점 e스포츠에서 탄생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MCN들이 소속사보다 강한 인플루언서로 인해 브랜딩에 실패하였으나 구단은 다른 부분도 있다.

 

 

농심의 맴버십 서비스와 각 구단들의 굿즈 사업은 규모가 아직은 커보이지 않지만 각 구단의 사이트를 둘러보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완판 사례가 많이 목격되고 있다. MCN들의 실패에서 배웠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존의 수많은 실패한 MCN들과는 다르게 구단 자체의 브랜딩이 서서히 성공 가능성을 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구단들의 스트리머의 영입의 이유도 되겠다.

 

 

지금 블리자드와 닌텐도와 같은 종목사들의 일부 안하무인적 행보가 올바른지는 후세가 평가 하겠지만, 귀멸의칼날이 시장의 정체를 해소하고 새로운 역동성을 부여한 것과 같이 리그오브레전드의 지금 시장에서의 규모를 유지하면서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RTS의 형태의 왕도게임이 등장하는 것이 e스포츠 대중화의 길목에 있는 지금의 시점에 가장 중요한 일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앞에서의 모든 주장은 어디까지나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이상적인 그림은 e스포츠 공공종목의 구축이다. 망한 게임이건 국가 투자게임이건 기존의 자원과 리소스를 활용하여 블록체인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구나 대회를 이용하고 저작권에 문제가 없는 글로벌 게임 종목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특정 게임이 아니라 장르 자체가 종목화 되는 것이다.

 

 

너무나도 허황된 주장으로 보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흥행한 스타크래프트와 중국에서 흥행한 워크래프트3와 같은 게임의 계보를 이어 갈 수 있는 게임이 나온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스타크래프트의 황금밸런스와 워크래프트3의 단순 물량전이 아닌 관람의 재미를 살리는 형태의 게임구조가 공존하는 RTS가 나온다면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몇 주 몇 달을 하고 그만 둘 게임이 아니라, 수십 년간 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자.

「 슈퍼셀 개발원칙 」

 

 

by 한국이스포츠연구소 석주원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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