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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노믹스/e스포츠칼럼

e스포츠 구단 자생방안

by 한국이스포츠연구소 2020. 12. 18.

 

e스포츠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프로 및 아마추어의 여러 스포츠 팀들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대회가 있고, 당면하고 있는 실력에 상관없이 궁극적인 성취는 목표로 하는 대회의 우승이다. 실력이 부족하면 키워서 우승을, 우승에 가까운 팀은 다음 번에는 꼭 우승을, 이미 우승을 하고 있는 팀도 챔피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런 과정에서 사회 공헌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회공헌 이전에 대회라는 형태에 참여하여 우승이라는 결과가 주는 궁극적인 의미는 무엇일까?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모두가 가치를 알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여러 부분에서 꼭 우승이 아니더라도 플레이를 통해 기대를 갖게 해주는 과정을 보여준다면 결국 관객이 모이게 된다. 아버지가 아이와 함께 보고, 아이는 친구를 대리고 온다. 우승하면 이런 사람들이 더 빨리 늘어난다.

 

 

프로와 아마에 상관없이 해당 종목의 문화와 정신이 더 널리 세상에 퍼지게 된다. 이 과정 자체가 사회 공헌이다. 긍정의 힘. 하면 된다는 자세. 말 그대로 세상에 활력을 불어 넣는 것이다. 수 많은 부조리가 아무렇지 않게 일어나는 세상 속에서 삶의 자세에 대한 올바른 방향을 보여주는 것이며, e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세대에게 공정한 승부란 무엇인지 최신 기술로 전파하는 것이다.

 

 

기업에 e스포츠 팀이 필요한가? 사회공헌적 요소들이 기업의 브랜딩을 강화한다. 협동조합 형태의 시민구단은 왜 e스포츠 구단을 창단해야 하는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 같은 축구단이 창출하는 부가가치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 이전에 과연 이 나라에 e스포츠가 필요한가? 1888년 시작된 영국 프로축구를 만든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든 리그가 100년 후 EPL로 발전할 줄 알았을까?

 

 

세계의 수많은 기업들과 정부기관을 비롯한 교육기관이 만들고 있는 지금의 수많은 e스포츠 리그들은 100년이 지나면, 지금 사람들이 열광하고 있는 프리미어리그, 라리가, 분데스리가, 세리에A, 리그1 같은 세계적인 종목이 되어 있을 것이다. 물론 남는 종목도 사라지는 종목도 있을 것이다. 반드시 그런 세상이 올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속도의 견해만 다를 뿐이다.

 

 

e스포츠는 말 그대로 모든 종목이 디지털로 진행된다. 하지만 종목에 상관없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대부분의 구단이 아직은 기존 스포츠 포맷의 시스템을 계승하는 형태의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물론 계승해야 할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사람을 모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한 필요성은 코로나가 만들어 줬다.

 

 

사람들이 현실 공간에 모이지 않고 모든 대회가 정상적으로 진행이 가능하다. 물론 코로나를 극복하고 안정화 된 이후에는 다양한 오프라인 이벤트와 대회들이 e스포츠뿐만 아니라 다른 스포츠에서도 다시 많이 살아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e스포츠만의 새로운 구단 운영과 자력으로 운영이 가능한 시스템을 스스로 만들어 진화시켜 나가야 한다. 자생력이 없으면 종속 될 뿐이다.

 

 

수 많은 구단들이 자생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수많은 방법론이 있을 것이다. 오늘은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T1, 젠지, 센드박스 등 국내외 유수의 구단들의 홈페이지에 들어가봐도 서포터즈 형태의 구성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시기상조라고 생각해서 만들지 않았는지는 모르지만 사이트에서 찾아 볼 수 없었다. 굿즈는 팔면서 말이다.

 

 

EPL의 아스널은 The Black Scarf Movement, 리버풀도 The Spirit of Shankly 와 같은 서포터즈가 있으며 같은 팀에 복수의 서포터즈가 있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서포터즈를 만들면 된다는 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구단 차원에서 맴버십 정책을 확립하고 이를 확장해 나가야 한다는 의미가 더 크다. 맴버십이 어떻게 구단의 자생방안이냐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가능하다.

 

 

이 글을 찾아서 읽거나, 지나가다 보게 되었거나 어떤 형태로든 읽고 계신 분이라면 구독경제 모델이 몇 년 전부터 얼마나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지는 대부분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어도비의 경우도 엄청난 구매비용 없이 월 정액 형태로 사용이 가능하며, MS의 오피스도 유튜브 프리미엄처럼 한달 무료 이후 월 정액 전환이 되는 세상이다.  

 

 

요즘 한창 주목 받으면서 우후죽순으로 생기고 있는 뉴스레터 서비스도 이와 맥을 같이한다. 맴버십을 기반으로 한 e메일 기반의 구독상품 수익모델은 페이스북, 유튜브, 등과 달리 알고리즘에 흔들리지 않는다. 그리고 구단의 경우 관심을 가지고 모이는 사람들이 쌓일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좋아하지 않는데 회원가입을 할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시작 포인트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서서히 모이기 시작하는 것만이 장점이 아니다. 구단과 팬이 직접 소통하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외부 변수의 영향이 없다. 또한 수많은 SNS의 계정은 없더라도 e메일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구글 및 애플이 만들어낸 스마트 폰 생태계 안에서 10대도, 20대도, 30대도 모두 이 메일을 통해서 자신을 인증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것에 로그인 한다.

 

 

맴버십은 휘발되지도 않는다. 맵버십을 통한 구단 서포터즈 사이트와 굿스 샵을 연계하고, 구단은 팬들과 다양한 이벤트를 시대의 상황에 맞게 온오프라인으로 이어나가고 팬들이 납득 할만한 유료 수익모델을 구축해 나가면 된다. 구단이 힘들면 힘들다고 진솔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팬들에게 도움을 요청 할 수도 있는 것이다. e스포츠 종목을 넘어 구단에 팬을 락인 시켜나가야 한다.

 

 

락인 사례는 일본 가극단들을 참조하면 된다. 이들은 회원의 조직화에 성공했다. 2000년대 초반 도모노카이는 8만 명, 시키노카이는 14만 명, 후루카로 카라반 2만 명 등 수 많은 극단들이 팬덤의 조직화에 성공했다. 시키노카이 한 극단만 예로 들어도 연간 6회의 공연 중 2개월 1회 단위로 관람시 1 1만엔 기준 연간 입장료 수입은 84억 엔에 이르게 된다. 약 한화 877억이다.

 

 

물론 가장 최우선순위는 본질에 충실한 것이다. 구단은 선수들에게 진심을 다해 지원하고, 선수들은 다른 목표를 생각하지 않고 오직 우승만을 바라보며 자신의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구단과 선수가 이 두 가지에 최선을 다하게 되면 당연히 감동은 전염되고 팬덤은 생겨날 수밖에 없다. 구단은 소중한 팬덤을 한곳에 모아 더 많은 행복을 줄 수 있는 체계를 만들 의무가 있다.

 

 

전통적 마케팅의 기본 구조는 제품 단위로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 모두 동일한 마케팅을 하게 되면서 새로운 것이 필요해 졌다. 지금 우리 앞에 격이 다른 새로움이 자신을 빛나게 해달라고 한참을 기다리고 있다. e스포츠는 마케팅의 역사도 바꾸겠지만 기본적으로 스포츠의 개념을 바꿔나갈 것이다. 재미가 업데이트 되는 스포츠가 인류 역사에 처음 등장한 것이니까 말이다.

 

 

21세기의 문맹은 읽고 쓰지 못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배우지 않으려 하고, 잘못 배운 것을 잊지 못하고,

다시 배우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이다.

「 앨빈 토플러 」

 

 

by 한국이스포츠연구소 석주원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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